90. 개다리소반에 죽 한 그릇 산에서 내려오던 나무꾼 변서방은 절을 묻는 김삿갓에게 절을 찾아가기엔 너무 늦었으니 누추하지만 자기 집으로 가자고했다. 산기슭의 단칸 움막에 가재도구라고는 방 한복판에 놓인 화로 하나가 있을 뿐인데 그나마 마누라가 없는 탓인지 불씨마저 싸늘하게 꺼져 있었다. 그 화로라는 것이 커다란 통나무 뿌리를 캐어다가 아무렇게나 잘라 만든것 이어서, 모양새가 얼른 보기엔 호랑이 대가리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고 래가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괴상하게 생긴 화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삿갓은 빙그레 웃고 나서 즉흥 시 한 수를 읊었다. 머리는 호랑이요 입모양은 고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