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花樹花花立(화수화화립)꽃나무는 꼿꼿이 서 있고 飄飄然亭(표표연정)에서 釋王寺(석왕사)까지는 산길로 100여 리, 표표연정을 떠난 지 닷새 만에 석왕사에 당도한 김삿갓은 먼저 半月行者(반월 행자)를 찾았다. 그는 空虛스님의 말씀대로 좀 모자라기는 하지만 인품만은 선량한 사람이 었다. 30세 쯤 되어 보이는 반월행자는 자기의 스승이신 공허 큰스님으로부터 삿 갓선 생의 말씀을 익히 들었다면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는 본시 글재주도 조금은 있는 편이어서 스님이나 선비를 만나면 괴이한 글을 써놓고 뜻을 풀어 보라고 하는 '글풀이내기'를 좋아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도 고기가 물을 만난 듯 김삿갓을 만나 겨우 인사를 나누고 저녁 을 먹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