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白宵誰飾亂灑天(백소수식란쇄천)하얀 눈가루를 누가 하늘에 흩뿌렸는가 김삿갓은 날이 갈수록 가련에게 정이 깊어 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기녀에게 몸을 묶어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어 자기를 스스로 반성해 보기도 했다. 「병연아! 너는 조상의 죄와 네가 지은 죄를 모두 속죄하기 위하여 처자식 을 버리고 집을 나온 몸이 아니더냐. 그러한 네가 이제 와서 기녀의 품에서 방탕을 일삼고 있다면 너 또한 한낱 무뢰한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김삿갓은 그러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세월은 흘러 가서 어느덧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었다. 어느 날 새벽에 무심코 창을 열어 보니 산과 들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