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終日綠溪不見人(종일록계불견인)계곡 따라 종일 가도 사람 하나 못 보더니 김삿갓은 노파와 작별하고 다시 나그네의 길에 올랐다. 安邊은 관동과 관북의 접경지대다. 관동에서 관북 땅으로 접어드니 산세가 더욱 험준하고 인가도 점점 희소 하였다. 배가 고프면 솔잎을 따 먹기도 하고 칡뿌리를 캐 먹기도 하면서 토굴신세 를져 오다가 사흘 만에 처음으로 인가를 만났다. 오막살이 주인은 반갑게 맞이해 주었지만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집은 창호지는 언제 발랐는지 새까맣고, 방안에는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대접한답시고 지어온 보리밥은 몇 년이나 묵은 보리쌀인지 발갛게 절어 있었다. 김삿갓은 하룻밤 신세를 지고 그 집을 떠나면서 다음과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