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무악재의 봄 서울을 벗어난 김삿갓은 발길을 毋岳(무악)재로 돌렸다. 坡州(파주), 長湍(장단) 등지를 거처 고려500년의 망국지한이 서려있는 松 都(송도; 개성)로 가보려는 것이었다. 무악재에 올라서니 넓은 산야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우울하던 가슴이 탁 트여오는 것만 같았다. 때는 봄인지라 산에는 군데군데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초가집 울타리에 노랗게 피어난 것은 개나리꽃이 분명하리라. 어느새 버들가지는 실실이 늘어져 있었다. 봄 성에는 가는 곳마다 꽃잎 날리고 한식 봄바람에 버들가지가 휘늘어졌네. 春城無處不飛花(춘성무처불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