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不知汝姓不知名(부지여성불지명)성도 이름도 모르는 그대여 釋王寺(석왕사)에서 아직도 천진난만한 천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半月行者(반월행자)와 작별한 김삿갓은 자세히 보니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어도 썩어가는 시체 에는 파리 떼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시체 옆에는 쌀이 조금 들어 있는 뒤웅박과 지팡이 하나가 놓여 있는 것 으로 보아 시체의 주인공은 거지임에 틀림없었다. 김삿갓은 눈앞의 시체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세상인심이 야박도 하지, 시체가 썩어 가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지 는 않았을 터인데 흙 한줌 끼얹어 줄 인심도 없었더란 말인가? 김삿갓은 두루마기를 벗어부치고 시체를 오목한 곳으로 끌어다 놓고 연 장도 없이 손으로 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