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서울 木覓山(목멱산;지금의 남산) 남한산성을 떠난 김삿갓은 왕십리을 거처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보던 서울 장안으로 들어섰다. 예상했던 대로 서울거리는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리거리 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분주한 시장 판에 는 오만가지 물건들을 늘어놓고 제각기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이것저것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날은 저물어 하룻밤의 잠자리를 구해야 했 지만 절간이나 서당이 어디 있는지는 알 길이 없고, 부득이 여염집 신세를 저야 할까본데 집이라는 집은 모두 대낮부터 대문을 겹겹이 닫아걸고 있지 않는가. 문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관문이 아니던가. 그런데 낮 에..